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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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19.05.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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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수필가

 

△ 으아리꽃
고상한 이름을 가진 ‘으아리’는 봄에 꽃피는 품종은 외래종, 토종은 가을에 꽃을 피운다. ‘으아리’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줄기껍질이 두꺼워 추위에 잘 견디고, 잎자루가 길어지면서 다른 물체를 감는 특징이 있다. 요즈음 한참 꽃 피우는 외래종은 여덟 장의 꽃잎을 활짝 펼쳐든 것처럼 아름다워 눈에 한 번 스치면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할 만큼 매력적이다. 우리 집 벽면을 타고 올라 핀 꽃을, 현관문을 드나들며 감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꽃을 모니터 배경화면으로 배치해 쓰고 있는 걸 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 알 수가 있다. 15초짜리 S기업 선전 영상이 생각난다. “한 청년이 어린 여자아이를 목마하고 들꽃 길을 걸으며 ‘우리 아이는 야생화를 많이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으아리’의 꽃말 <고결, 아름다운 마음>처럼 소담스레 살아가라는 뜻깊은 가치가 담겨있다. 야생화를 학습하고 배우는 건 아름다운 사회를 이끌,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MissKim 라일락꽃
라일락은 세계적으로 많이 개발돼 있는 식물이다. Miss Kim라일락은 1947년 미군정청 소속 식물학자 ‘엘윈 M.미터’가 북한산에서 자생하는 털개회나무 종자 12개를 채집해 본국으로 가져가 개량하였는데, 한국에서 자신의 일을 도왔던 여직원의 성을 따 ‘미스 김 라일락’이란 이름을 지어 1954년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기존의 라일락보다 빨리 개화하고 추위도 잘 견디며 오랫동안 피는 이 꽃은 빠르게 시장을 점령해 70년대에 우리나라로 역수입돼, 현재는 라일락 품종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꽃말은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이다. 꽃은 묵은 가지에서 난 길이 15~20cm의 원추꽃차례로 피며, 지름 10mm 정도 작은 꽃봉오리가 맺힐 때는 진보라색, 점점 라벤다 색으로 변하고 만개 시에는 하얀색으로 매혹적인 향기를 낸다. 우리 집 정원화단 가운데 식재해 5월 꽃향기가 가득하다.

 

△꽃양귀비
꽃양귀비는 ‘우미인초’로도 불린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 아닌가. 옛날 중국 한나라 유방과 치열하게 싸웠던 항우의 연인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고사성어의 가련한 여인 우미인. 그녀가 자결한 뒤 그 무덤에서 피어난 한 송이 붉은 꽃이 ‘꽃양귀비’다. 그렇다면 아편꽃 양귀비는 어떻게 생겨난 걸까. ‘양귀비’는 현종의 여인이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말을 탄생시킬 만큼 아름다운 여성. ‘안사의 난’을 불러일으키고 자결하였다. 나라를 망하게 할 미모라는 양귀비와 비길 만큼 아름다운 꽃이라 해서 양귀비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꽃양귀비 꽃말 <약한 사랑, 덧없는 사랑>, 양귀비꽃말 <위로, 위안> 미인의 슬픈 말로(末路)가 꽃말이 된 듯하다. 작년에, 마약 성분이 없는 꽃양귀비 씨앗이 우리 정원화단에 뿌려져 무질서하게 여기저기에 폈다. 그러나 녹색 속에 빨간 색깔 꽃이 돋보여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어 좋다.

 

△불두화 
불두화는 씨앗이 없다. 백당나무와 수국을 교배하여 꽃의 아름다움만을 살린 꽃나무다. 불두화엔 암술과 수술이 없다. 향기도 나지 않는다. 어떻게 생겨난 걸까? 옛날 주막집에 누더기 차림의 한 노인이 쓰러질 듯이 들어와 먹을 것을 청했다. 주막할머니가 밥상을 내놓으며 “다음에 혹 이곳을 지나는 길에 밥값을 갚으라.”했다. 식사를 마친 노인은 “내년 6월경 손자가 종기(腫氣)를 크게 앓을 것이니, 그때 앞산 절 뒤 숲으로 찾아오면 병을 낫게 할 약초를 주겠다.”는 말을 하고 떠났다. 다음 해, 거짓말같이 손자가 종기로 고생하게 됐다. 할머니가 그곳을 찾아가 노인 닮은 꽃을 피우고 있는 나뭇잎을 따다가 종기에 붙이자 병이 나았다. 그 나무가 ‘불두화’다. 생식기를 없앤 이 꽃은 씨로 번식할 수 없다. 결혼하지 않고 정진하는 스님과 닮은 꽃이다. 세 갈래로 갈라진 잎은 불(佛), 법(法), 승(僧)을 상징한다. 꽃말까지 부처의 가르침 중 하나인 <제행무상(諸行無常)> 사찰 꽃임에 틀림없다. 5월 12일 부처님오신 날에 맞추어 우리 집 정원엔 불두화 2그루가 하얀색 꽃동산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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