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면허증반납제 추진…“차 없이 어떻게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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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운전자 면허증반납제 추진…“차 없이 어떻게 사나”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06.20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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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사망 2년 새 3배 껑충
郡·경찰, 운전면허증 자진반납제 추진 공감
조례 제정·이르면 올 말이나 내년 초쯤 시행
대도시 지하철 무임승차 반면 농촌지역 문 앞
나서기도 버거워 “

전형적 농촌지역 청산면에서 수십 년 째 목회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해 온 최종식(성신교회·82) 목사는 올해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았다. 예년과 달리 인지능력 자가진단에다 교통안전 교육 이수까지 한층 강화된 검사를 무사히 마치고 면허증을 교부받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갱신기간이 5년이었지만 올해부턴 3년으로 단축돼 최 목사는 2022년 다시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여든이 넘은 최 목사는 운전하는 게 예년과 같지 않다고 했다. 겨울철과 야간, 고속도로 운전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다. 그래도 신도들 가정을 방문(심방)하거나 옥천읍, 영동, 보은에 다녀올라치면 이보다 더한 교통수단이 없다.

최 목사는 “만약 내차가 아닌 버스를 타고 보은이나 읍에 나가게 되면 한나절이면 될 것이 하루가 걸린다. 차 없는 일상은 상상조차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도시와 달리 대중교통수단이 녹록치 못한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자가용은 더할 수 없이 고마운 존재다. 그럼에도 고령운전에 대한 불안은 떨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부처님오신날 경남 통도사에서 고령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2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75세 고령운전자가 브레이크 밟는다는 것을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사실 최 목사도 “갈수록 인지능력이 떨어진다”고 고백했다.

전국적으로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옥천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옥천경찰서가 옥천향수신문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16년 22만917건, 2017년엔 21만6335건으로 전년대비 2.1%가 줄었다. 지난해에는 21만7148건으로 다시 늘었다. 옥천지역 교통사고 발생건수도 2016년 220건에 7명이 사망했다. 2017년엔 213건으로 3.3%가 줄었으나 사망자수는 8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219건으로 2.7%가 늘면서 사망자수도 10명으로 늘었다. 이 같은 증가는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사망이 큰 원인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교통사고사망자 10명 중 65세 미만은 4명, 65세 이상 운전자와 보행자 사망은 각각 3명씩 총 6명으로 나타났다.

옥천군 인구는 5만1330명(5월 말 기준). 이중 3만342명이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1만4293명 중 38%인 5464명이 소지하고 있다. 옥천지역 노인 10명 중 4명꼴로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운전미숙으로 교통사고 발생과 그로 인한 사망자도 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올해 자진반납한 운전자는 28명. 전국적으로는 70세 이상 고령운전 자진반납자는 2013년 401명에서 2014년 750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 2017년 2909명으로 4년 전보다 7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자진반납자가 느는 것은 인식확대와 그에 따른 처우개선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에 지난 13일 옥천군 지역치안협의회는 옥천지역 고령운전자 실태에 관해 첫 논의에 들어갔다.

옥천경찰서는 “현재까지 자진반납자는 28명이다. 전국적으로 자진반납에 대한 인식전환과 처우개선이 이뤄지면서 자진반납자는 증가하고 있다. 도내 3급지 경찰서 중에서도 괴산군은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옥천군도 자진반납에 대한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며 “반납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반납자는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군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자진반납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여부다. 군은 자진반납자에게 10만 원 상당 교통카드 지급을 검토 중이다. 대상연령은 70세 이상이나 75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70세 이상일 경우 대상자는 3049명, 75세 이상일 경우 1618명이다. 문제는 예산. 75세 이상으로 한다고 해도 1억6000여만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시행을 위해선 우선 관련 조례가 제정돼야 한다. 조례 초안이 만들어지고 군의회를 거쳐 공포와 시행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해 빠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가능해 보인다. 이미 반납한 자와 시행 전 반납을 할 경우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군 관계자는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자진반납에 대한 조례제정을 위해 검토단계에 있다. 빠르면 올 연말쯤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최 목사처럼 면지역 거주 어르신들. 버스를 타려면 수km를 걸어야 한다. 교통카드 10만 원도 쓰다보면 너무 적은 금액.

최 목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10만 원은 쓸게 없다. 대도시처럼 무임 지하철을 이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 최소 몇 년은 보장해 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농촌지역 어르신들이 대도시에 비해 이용에 불편을 갖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울시의 경우 어르신들은 무임 지하철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하철이 없는 농촌지역에선 꿈같은 이야기다. 버스는 왜 무임승차가 안 되는 걸까? 보건복지부는 기초노령연금에 교통비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추가 무임승차 시행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농촌지역 어르신들이 상대적 역차별을 주장하는 대목이다.

우리보다 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1998년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를 시행하면서 교통요금 할인과 구매 물품 무료 배송 등 여러 혜택을 주고 있다. 전국 첫 자진반납제를 시행한 부산시는 자진반납자에게 ‘어르신 교통사랑카드’를 발급해 주고, 이 카드는 어르신들이 자주 이용하는 의료기관과 음식점, 외식업체, 목욕업, 사진관, 안경점, 이·미용업소 등에서 이용요금 할인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초고령화 사회에 놓인 옥천군이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과 교통복지 차원의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고령운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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