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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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46)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4.05.2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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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송도국제도시에 미국 병원이 설립될 경우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성신 출신의 글로벌 닥터가 국가 에 크게 기여할 계획도 있었다. 2008년 당시 글로벌의과학과가 간호대학에 개설된 것이 알려지자 서울의 대학병원장과 기획처장들이 큰 관심을 갖고 연락을 해왔다. 이럴수록 나는 각광을 받게 된 이 학과를 성신여대 스타학과로 성장시켜 대학 발전의 새로운 축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최고의 의대 교수를 채용하여 우수한 의예과 과정 교육을 해야 함을 총장에게 인식시켰다. 좋은 의사가 있으면 추천해보라는 총장의 말을 믿고 서울대, 고대  의무부총장들을 만나 좋은 의학교수 추천을 부탁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노력은 총장 면접을 하고나면 무산되었고 심지어는 국내외 교수 공채를 통해 지원한 우수한 의학박사 20명 중에 서도 뽑을 만한 인재가 없다며 무산시켰다. 그런 후 총장이 임명한 의학 전공 교수 2명은 모두 학사 출신의 의사였다. 교육과 연구경험도 전무한 의사인 신임교수에게 글로벌의과학과와 AUA 간의 모든 업무를 인계하고 나는 AUA 업무에서는 손을 떼라는 것이었다.나로서는 도무지 이해불가한 결정이었지만 총장의 결정을 존중하고 신임 교수에게 해외업무를 모두 맡겼다. 학과장으로부터받은 보고에 의하면 그 교수가 근무하는 동안 AUA와 단 한 건도 교류한 실적이 없다는 것이었으나 그것은 물론 예견한 일이었다. 그 후에도많은 일들을 겪으며 점차 글로벌의과학과에 품었던 내 포부가 물거품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학교에 회의를 느껴 2012년 나는 한국간호교육평가원장에 취임했고 우리 대학이 첫 인증평가를 받기로 했다. 교수들은 강의와 연구를 하면서 평가준비도 해야 했다. 평가보고서는 10월 초에 평가원에 제출하게 되어있어 여름방학에 집중적으로 작성했다.8월 어느 날 총장이 학과장을 불러 8월 중에 보고서를 제작하여 본부에 제출하고 발표회를 준비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에 여 념이 없는 때에 뜬금없이 아직 미완성인 보고서를 제출하고 발표회를갖는 것 자체가 의아했다. 그러나 총장 지시니 그대로 시행하라고 학과장에게 말하고 나는 그 발표회에는 평가원장인 내가 참석하는 것이 원 칙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불참했다. 발표가 끝난 후 교수 전원이 학장실로 왔다. 다음 9월 발표회에는 반드시 나를 참석하라고 총장 이 말했다는 전언이었다. 또다시 이런 불필요한 행사를 벌이는데 시간 낭비가 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나는 교수들의 요청을 감안해 참석하기로 했다.정해진 날 이른 아침 발표장에 도착하니 총장, 부총장을 비롯한 각처장들과 행정직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총장은 지난번과 같이 교수 가 발표한 후 질문만 받고 응답은 하지 말라고 했다. 참으로 기이한 발표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가기준 영역별로 교수들이 발표를 하자 질문에 대한 응답은 하지 않고 진행되었다. 세 번째 발표가 끝나자 총장이 코멘트할 게 없느냐고 재촉했다. 한 팀장이 기껏 하는 멘트가 “토시<가>와 <는>은 어감에 차이가 있으니 교정하는 게 좋겠다.”라는 말까지 듣고 나는 더 이상의 발표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질의에 응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간호학에 문외한인 청중들로부터 일방적인 질문만을 하게 하는가! 발표하는 교수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는 불쾌감이 들어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발표는 중단해 주세요. 지극히 간호학적인 평가기준에 의한 평가내용은 평가원에 제출하면 됩니다. 그보다도 본부에서 받아 첫 장에 올린 대학조직도를 보면 총장과 그 참모조직인 8개처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과 교수가 속해있는 10개 단과대학과 대학원은 대학별, 대학원별 명칭도 볼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어느 대학조직도를 봐도 이런 대학은 없습니다. 이 조직도가 바로 지금 우리 성신의 현주소입니다. 심지어 간호학생 실습장인 시뮬레이션 센터까지도 간호대학장이 아닌 총장, 부총장 직속으로 되어있어 학교 망신이나 간호대학 조직도에 그려넣으라고 해도 총장 눈치 보느라 시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대학 실정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우리 간호대학 인증평가 때문에 많은 분들께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간호인증 평가는 극히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므로 전문가인 간호대 교수들에게 맡겨 주세요. 평가를 준비하다 본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본부에 협조요청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간호대학장인 제가 현재 평가원장을 겸직하고 있으니 학장으로서 평가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평가원장으로서 공정한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학장이 책임지고 인증을획득하도록 할 테니 믿고 맡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고 호소 아닌 호소 를 함으로서 교수들이 자존심 상하는 발표는 끝냈다. 그러자 느닷없이 총장이 내게 “학장님, 성신여대 간호대학이 학장님것입니까? 평가원이 원장님 것입니까? 대답해 주세요.” 하는 게 아닌가! 그 순간 황당하고 원색적이고 공격적 질문에 나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공격에 침묵하고 이 분노를참는 것은 인내가 아니라 비굴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성신여자대학교는 총장님 것입니까?” 하고 받았다. 그 순간 총장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고 회의장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총장의 가장 아픈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다. 엉거주춤하고 있는 총장에게 나는 다시 “대답해주세요. 이 학교가 총장님 개인 것입니까?” 하고 다그쳤다. 평소에 성신이 내 학교라는 말을 주위에 가끔 해온 총장으로서 당황한 나머지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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