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입을 때 벗어야 하는거꾸로 된 삶입고서는 명년 봄에게 갈 수가 없다잠깐 입었다 벗기 위해속울음 누르며오늘도 색색 옷으로 물을 들이고 있다찬바람에 날리는마지막 속옷까지 벗어 던진다속살을 다 드러내고젖꼭지까지 파랗게 얼어붙어야사는앞산수목들이서러운 울음을 울고 있다 ◇약력·『2015지필문학』 수필부문 신인상·옥천문인협회 회원

누군가 당신을 비난할까 두려워 망설이지 마세요.오늘이 그에게 따뜻한 미소를 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함께 식사한 그 자리가 영원한 그리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그러니 당신, 자신을 너무 꽁꽁 싸매지 마세요.그 매듭을 푸느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다 소비해 버릴 수 있으니까요함께 있을 때 사심 없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오늘 동시에 크게 웃었다면 그는 믿어도 되는 사람입니다.한 사람을 믿는 건 하나의 세상을 통째로 얻는 것당신의 선한 얼굴이 그대로 나의 거울이길 바랍니다. /도복희기자

변화와 다름이 일상이 된 시대이다. 경쟁과 소유와 과시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더 노력하고 더 서두르고 더 성공해야 하는 시대이다.이런 생각이 자기를 피폐하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력을 멈출 수 없는 시대이다. 삶의 기준이 자기가 아니라 타인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보다 더 나은 타인을 경쟁 관계로 생각해서 노력하는 시대이다.성공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행동이다. 성공 때문에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명예 때문에 소박한 삶을 포기한다. 성공이나 명예는 수평적 관계 맺기가 아니라 수직적 위계질서에 편입하는 행위이기에 구

정부가 각료를 임명하는 과정에는 청문회라는 관문이 있다. 이 과정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위장전입.위장 전입이란 실제로 생활하는 거주지에 주소를 등록하지 않고 편의상 주소를 옮겨 놓는 것을 말한다.하지만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주민등록법 위반죄로 분류되는 이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장전입을 하는 정치인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옥천도 마찬가지다.이 불법 행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부동산 투기나 생활권을 이용한 편의성을 누리기 위함이다.지역구 관리를 위

어릴 적 이맘때면 집집마다 큰 시름이 있었다. 군불을 지필 장작을 준비하고 김장을 몇 포기를 해야 하느냐면서 엄마의 월동 준비는 한숨소리가 크다.11월 중순 쯤에는 슬슬 배추를 절이는 집들이 있고 대체로 12월 초순이면 끝났다. 장작을 그득하게 쌓아놓고, 김장독이 즐비하면 정말 등 따습고 배부르게 겨울을 보낼 것 같은 시대였다.요즘은 절인 배추를 전화로 주문하곤 하지만 내가 어릴 적 당시는 몽땅 식구들 일이었다.아버지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배추와 무를 짊어진 걸음이 빨라졌다. 김장은 맛있는 음식을 저장해두고 겨우내 먹는다는

그는 결혼 후 15년 동안 아내와 장사를 하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미친 듯이 일을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돈도 모았다.그러다 2년 전 아내와 크게 다퉜을 때 아내는 일방적으로 선언했다.‘1년 동안 휴식년을 갖겠다!’ 그는 장사하는 사람이 휴식년이 어디 있느냐며 펄쩍 뛰었지만, 다음 날부터 아내는 가게에 나오지 않았다. 1년 뒤, 이번에 그의 차례가 됐다.새벽 6시, 그는 뻐근한 몸으로 일어나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애를 깨워 학교에 보내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하고, 시계를 보니 10시가 훌쩍 넘었다.소파

할 말을 하다가 만 그러한 입을 하고물기 핏기 다 말리어 파리한 몸을 하고할 말은 해야겠다며매를 청한 고집통.얼었다 녹았다가 한겨울 피 말리고세상을 떠돌다가 죽도록 얻어맞고그래도 죽기 살기로쓰린 속을 풀었다. ◇약력·충북 옥천출생·산림문화작품시 공모 최우수·백광홍 전국가사 시조공모 대상·한국문학신문공모 시조대상·시조집 『풀꽃』·시집 『옥천장날』,『개밥바라기』·동시집 『쇠똥냄새』

네가 있어 나는 엄마일 수 있단다.네가 ‘엄마’ 하고 부를 때마다 나는세상에 또 다른 나로 서게 되는구나.매번 나를 엄마로 태어나게 하는 소중한 딸아.네가 성장해 가는 동안나도 역시 엄마로 성장해 갈 수 있으니 고맙구나.감사하구나…사랑은 그녀가 아이에게 보폭을 맞추는 느린 시간이다.

정지용시집』을 아십니까?흔히 『정지용시집』은 1935년 10월 27일 시문학사에서 발간되었으며 박용철이 서문 격인 발(跋)을 적은 정지용 최초의 시집이다. 보통사람들은 이 정도의 상식에 접근할 것이다.하긴 대부분의 연구자들도 그렇게 인식하고 정지용에 접근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이 웅크리고 있다. 여기에 그 사실들을 이야기고자 한다.그래서 책을 발간한 의도와 목적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는 박용철의 跋을 그대로 옮겨본다.필자는 당시의 정서를 반영하기 위하여 현재 문법에 맞게 바로잡지 않기로 하였다.이 기

옛날에 가난하고 가난한 사람이 살았다. 입에 풀칠하기도 벅찬지라 글을 어느결에 배울 것인가.실로 목불식정(目不識丁)이요, 낫 놓고 기역 자도 몰랐다.‘우선 가난을 면하고 부자가 되고 나서 다음에 공부하리라.’ 이런 각오로 이를 악물고 일을 독하다 독하게 하였다. 그랬더니 차차 돈도 모이고 세간도 불어나서 잘살게 되었다.부자 소리를 들으니까 사람들한테서 대접도 받았다.여럿 가운데[中]서 제일[一] 돈[貝] (한문에서 조개[貝]는 돈의 뜻이었다.)이 많으면 귀할 귀[貴] 자가 되는 것이다.그런데 그는 스스로 귀하다고 여길 수가 없었으니

겨울 수목원을 걷는다. 오늘은 봄이 깃든다는 입춘. 산책로마다 한숨처럼 쌓인 눈이 오소소 떨고 있다.주위를 둘러봐도 사람은 없다. 그런데 누군가 따라오는 기척이 있다.아마도 고독이란 이름의 친구인가보다. 이것은 그의 사랑법이다. 외로울 땐 곁에 있어 주고 번잡할 때 물러나 주는 너그러운 친구.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없는 친구다.소나무와 대나무는 오늘따라 푸른빛 위에 흰빛이 내려앉아 더 푸르다. 그들도 안으로 봄맞이 준비 중인가 보다. 의연하고 의젓하다.이래서 선현들은 사철 변치 않는 그 모습을 칭송하며 사군자에 넣어 사랑하였나

도약(跳躍)이란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긍정(肯定)이란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옳다고 인정한다.또는 사물의 일반적 관계를 나타내고 판단의 대상에 적극적 태도를 취하는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위기를 겪는다. 이때, 회피나 부정을 넘어 도약과 긍정적인 기회로 삼아야 한다.최근 농촌 지역의 고령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그에 비해 학령인구수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충청북도 교육청(교육감 김병우)은 옥천교육지원청(교육장 한경환)과 협의하여 청산중·고등학교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교육부(장관 김상곤)가

꽁꽁 언바람 한줌싸하게 불어오면손가락 마디 끝은통증처럼 아려오고눈물 한 방울그렁그렁하게 고여아롱 짓던 아스라한 얼굴처마 끝그리움처럼 커가는수정 고드름은한 뼘씩 커 가는데손등에는가시에 긁힌어릴 적 추억이갈라터진 살갗에 새겨져흔적으로 남아있네 ◇약력·2013 낙동강문학 詩부문 신인상·옥천의 마을시Ⅱ 공저·옥천문인협회 사무차장·친환경농축산과 농촌개발팀장

다시 올 거라고 해서 말없이 기다렸습니다.몇 개의 계절이 지나가는 동안첫 마음 그대로 기다렸습니다.나는 햇빛에 빛바랬습니다.비바람에 뼛속까지 메말랐습니다.당신이 올 것 같은 방향에서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설령 기다림이 기다림으로 끝난다 해도나는 내 기다림을 후회하지 않습니다.기다리는 내내 모든 소리에 설레었습니다.단 한 번도 처음을 떠난 본 적 없기에여전히 나는 사랑 안에 있습니다.

천간에 10글자가 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이다. 갑병무경임은 양 기운을 나타내고 을정기신계는 음 기운을 나타낸다.양은 크고 밝게 바깥으로 확산하는 기운이고 음은 작고 어둡게 안으로 수렴하는 기운이다.갑을(甲乙)은 나무라서 뻗어 나가는 기운이 강하고, 해가 떠오르는 동쪽이고, 싹이 쑥쑥 올라오는 봄이고, 색깔은 푸른색으로 도전적이고 진취적이다.병정(丙丁)은 불이라서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기운이 있고, 방향은 햇볕이 잘 드는 남쪽, 계절은 뜨거운 여름, 색깔은 정열적인 빨간색으로 발전적이고 사교적이고 명랑하다.무기(戊己)는 흙으로

매서운 바람이 불며 겨울이 시작되었다.나의 겨울은 햇빛이 들지 않는 양철 지붕 위의 쌓인 눈처럼 언제나 추웠다.몸과 마음이 함께 추웠던 해도 있었던 것 같고, 겨울 나뭇가지에 남겨진 떨어지지 않는 잎새로 한겨울에도 꽃을 피우기 위한 꿈을 꾸며 몸만 고단했던 해가 있기도 했다.첫눈이 펑펑 내린다.약속도 없는데 괜히 설레어 시계를 보기도 하고 누군가를 만나러 갈 것처럼 눈 쌓인 길을 걱정하기도 한다.그러다 습관처럼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면 내일 장이 서려나 하고 동료였던 장꾼에게 전화를 건다.“왜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대. 이렇게 눈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포항지진으로 1주일 연기 후 끝났다.고3 자녀를 둔 학부모는 수능시험과 더불어 ‘비상체재’에서 벗어났다고 기대했을 것이다.새벽밥을 짓지 않아도 되고 자정 넘어 귀가하는 자녀를 애처롭게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그러나 막상 가체점이 끝나고 입시 전문기관에 의한 예상점수가 보도되면서 마음은 오히려 한층 더 심란해진 것이 사실이다.어느 학교에 진학할 것인가, 전공은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집안 체면도 있는데 학과야 어떻든 대학교에는 가야 할 것 아닌가, 일단 아무 데나 합격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