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에 걸리는 원인, 초보운전 근육들을 교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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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에 걸리는 원인, 초보운전 근육들을 교육하라
  • 정일규 한남대학교교수
  • 승인 2020.08.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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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교수
정일규 한남대학교 교수

 

인터넷 등에서 담의 원인을 설명할 때 근육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라던가, 잘못된 한 가지 자세를 오래 취했기 때문 등으로 막연히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운동할 때 급성으로 나타나는 담은 일상적인 생활 중에 등이나 어깨부위에 느끼는 만성적인 통증과는 다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담에 걸리는 사례를 들어보자. 테니스가 취미인 A씨는 오랜만에 테니스장에 나와 같은 동호회원과 함께 게임을 하였다. 건성으로 몸을 풀고 나서 라켓을 들어 올려 서비스를 넣는 동작을 취하는 순간, 갈비뼈 안쪽 깊숙한 어디에선가 뜨끔하며 심한 통증을 느꼈다. 이후부터 통증 때문에 몸을 돌리거나 굽히기는커녕 기침을 하는 것도 힘들었다.

중년여성인 B씨는 아침에 일어나서 김장을 하려고 전날 절여 놓았던 배추가 담긴 큰 그릇을 몸을 굽혀 옮기는 순간 등허리에 급격한 동통을 느끼며 꼼짝도 할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근이완제와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았는데, 한동안은 잠을 자려고 자세를 취하는 것도 불편을 감수하여야 했다.

흔히 담에 걸렸을 때, 이를 근육이 놀랐다고도 한다. 사실 근육이 놀랐다는 말은 담에 걸린 현상을 직관적으로 잘 나타낸 표현이라 생각한다. 담은 일종의 근육 경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반복적이고 과도한 사용에 의해 피로해진 근육에 나타나는 것과는 다르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 근육에서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의해 나타나는 근육 경련을 담이라고 한다. 또 주로 몸통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허리와 등, 옆구리의 심부 근육에 일어나는 근 경련을 뜻한다.

운동할 때 이러한 근 경련이 나타나는 이유는 관절이나 주변 구조물의 더 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작용에 의해서 일어난다. 우리 몸의 근육에는 일종의 브레이크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스로 팔꿈치를 접어 손을 위로 올려보자. 그 다음엔 힘껏 손을 아래로 내려치듯이 팔꿈치를 펴보자. 아무리 힘껏 팔꿈치를 아래로 펴더라도 팔꿈치가 다치지는 않는다. 팔꿈치를 펴는 동안 너무 속도가 빠르면 신경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팔꿈치관절에 지나치게 충격이 가해지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팔꿈치를 펴는 동안에 상완이두근이 늘어나는 상태를 감지하는 근방추라고 하는 센서가 있다. 만일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이 센서에 의해 감지되고, 이어서 신경회로를 통해 늘어나고 있는 근육을 순간적으로 긴장시킨다. 동시에 뒤편의 상완삼두근으로 가는 신경자극은 억제된다. 그래서 팔이 펼 수 있는 최대각도에 가까워질수록 속도를 줄인다. 이 작용은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정교하게 이루어진다. 마치 달리는 자동차가 앞에 빨간 신호등을 보고 스무스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서 정지선 앞에 서서히 정지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운전경험이 없는 초보운전자라고 생각해보자. 초보운전자는 정지신호를 보고 앞에 정지선까지 충분한 여유가 있는데도 급브레이크를 밟는 경우가 있다. 앞서 예로 들은 테니스서비스 동작에서 바로 이 초보운전자 근육들이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이다. 급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근육이 수축하여 경직되는 것을 의미한다.

팔다리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평소 자주 사용하는 근육과 신경들은 급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평소에 잘 움직일 일이 없던 몸 안쪽의 심부근육들, 특히 척주부근의 근육이나 늑간근, 전거근 등은 평소 잘 이용하지 않는 초보운전자들인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급브레이크, 즉 담 결림 현상은 평소에 몸을 잘 움직이지 않거나 잘못된 자세를 오래 취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오랜 시간 컴퓨터작업을 하는 것과 같이 평소 지나치게 한 자세로 일하여 목과 어깨, 등허리 부위의 근긴장도가 높아진 상태에서는 조그만 신전 자극에도 더 쉽게 반사적인 근수축반응이 일어나서 근 경련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시로 몸을 일으켜서 몸통 부위의 근육들을 스트레칭하고 움직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평소 움직이지 않던 초보운전자인 근육들에게 여기까지는 늘어나도 좋으니 앞으로는 지나치게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을 필요는 없다고 교육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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