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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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론의 시대
  • 김선환 시인, 전 한남대 교수
  • 승인 2022.06.0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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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론이란 것은 재미가 있다. 아무것도 모를 때 전반적인 것을 아는 지름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좀 더 알고 싶다면 각론으로 들어가야 한다. 대학에서 신입생들은 주로 개론서로 공부한다. 일반이란 제목을 붙여 사용하기도 한다. 개론서라고 평생 같은 교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각론의 내용을 충분하게 반영해야 개론서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수정 보완된다. 지식의 총량이 지금보다 적었을 때는 개론서 하나만이라도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론정도를 알려고 해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휴대폰이나 컴퓨터, 카메라 등 전자제품의 사용서도 하나의 개론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다 파악하고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동안 사용하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품의 기능이 복잡해지고 사용주기가 짧다보니 미처 지난 것을 숙지하기 전에 두꺼워진 신제품의 사용설명서를 이해해야 하는 일은 난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문제는 주위의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공부해서 터득하면 된다.

그러나 사회의 문제는 다르다. 우선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이 말하는 사회개론들은 파악하기 힘들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래도 그럭저럭 이해했다고 하면서 지낼 수 있는 것이 연륜이다.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지식과 지혜로 예측해 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잘 맞지 않는다. 과거의 제품 사용설명서로 신제품을 이해하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의 토론이나 신문의 사설을 보고 파악하려 노력한다. 그 결과는 기대이하이다. 여기저기에서 하는 말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이 아니라 단지 두 그룹으로 구분되어 제 주장을 하는데 기관마다 비슷하다. 언제부터 토론이 자기 이야기만하는 것인지 그 상황이 참담하다. 분명한 의견차이가 있다는 것만 확인할 따름이다. 개설서나 설명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어찌 의견이 정반대 두 가지 뿐인지 의문을 갖는다. 하나로 모아지기도 하고 전혀 다른 의견이 개진되기도 해야 개론서로 값어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실한 개론서의 원인은 무작정 편을 드는 것이다. 편을 들다보면 본인의 고유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쏠리게 된다. 자신의 명예와 권위가 같이 쏠려 나간다. 자주 듣고 보다 보니 어느 누구도 방송에서 불러주면 나가서 양측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것 같다. 지지자를 편들고 상대는 비난하면 된다. 편을 강하게 드는 사람일수록 방송에서 말하는 개론은 별 가치가 없다. 논리적 의견이 아니라 제 편의 구호로 생각해서 말하기 때문이다. 내가 좀 틀리거나 과해도 나의 편을 들어줄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내편 안에서 행복하다고 믿는 이들이 많아지면 나라는 불행해진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개론서를 가지고 알고 싶은 것을 알 수 없고 판단하고 싶은 것을 판단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조목조목 잘 설명해도 이해한 다음 찬성이나 반대의견을 내기 힘든데 편드는 말로는 상황파악이 안 된다. 부실한 내용에서 판단하려니 힘만 든다.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판단의 위치에서 떠나간다면 남는 이들은 지지자뿐이다. 그들에 둘러 싸여 개인적 안위를 누린다면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자세가 아닐 것이다. 

선거가 끝났다. 당선된 사람들과 지지자들은 기쁨을 만끽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뽑아준 국민들은 걱정이 크다. 그들이 누군지 속속들이 모르고 지지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단지 선거홍보물만 가지고는 판단이 불가하다. 내용도 부실하거니와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그동안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임기 중에 보여주는 선출직 사람들의 상식 이하의 작태를 보고들은 기억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정당이 부실하게 검증하고 추천한 사람들이다. 결과적으로 정당 자체도 부실하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국민 모두가 잘 알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어려운 일을 해 나간다는 자긍심이나 책임감이 없으면 후안무치해 진다. 한 번의 지지가 영원하다고 믿는다. 오만해지고 자신을 위해 일하게 된다. 차라리 아무 일도 안하는 것이 국민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 너무 많은 다층의 선출직들이 끊임없이 만드는 일들은 사회에 도움은커녕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필요없는 일을 하는 조직일수록 점점 비대해진다. 이제는 그런 조직들을 찾아내어 축소, 폐기, 정리할 시점에 왔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를 위한 명예직으로서 그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각종 특혜와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 하는 일이 중차대해서 특권과 혜택을 유지해야 한다면 유럽선진국 선출직의 일하는 것과 처우를 교훈으로 삼으면 된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 겉치례를 벗어버리고 거듭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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