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릉 김씨의 긍지, 이제야 꽃 피운다
상태바
금릉 김씨의 긍지, 이제야 꽃 피운다
  • 김동진 기자
  • 승인 2022.08.18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재서당’ 충청북도 문화재로 옥천의 명소로 탄생
복원에 금릉 김씨 종친회 김대현‧김동로 씨 앞장
충청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보수공사 후 복원된 ‘지재서당’ 모습.
충청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보수공사 후 복원된 ‘지재서당’ 모습.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 그 옛날 학동의 소리는 사라졌지만 어디선가 학동들의 낭낭한 목소리가 보청천을 타고 들려올 듯하다.

시골의 인구가 줄며 아이들의 소리가 그리운 청산과 청성에 옛 학동들이 공부하던 서당이 문화재로 지정되게 되었다. 충청북도 문화재로 빛을 보게 된 문화유산은 옥천군 청성면 장수리 269번지의 조선시대 서당이었던 ‘옥천 지재(沃川 止齋)’. 충청북도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충청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예고 됐다. 

금릉 김씨 종친회 김대현 씨는 “작년 초 종친회의에서 이 오래된 서당이 기울어져 헐고 신축하는 것이 논의되었는데 가슴이 아팠다. 금릉 김씨의 배움의 산증인인 서당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 종친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큰 손실이라는 데서 헐기 전에 옥천군에 문화재로 역사적 가치를 의뢰하여 대학교수와 군 학예사가 답사하며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며 “이제 충북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금릉 김씨의 자존심과 청산의 문화유산 보존을 기대해 본다”고 했다.

‘지재서당’은 옥천군 청성면사무소에서 청성로를 따라 남쪽으로 약 1.5km 떨어져 있는 보청천(보은에서 청산까지의 금강 상류)을 가로지르는 신계교 건너 우측으로 약 2km 정도에 자리하고 있다. 청성면 만명리 마을에서 서쪽으로 산 능선 하나를 넘는 위치로 마을과는 직선거리로 약 500m 정도 떨어져 광주리산(해발 400m)의 북쪽 능선 끝자락(해발 110m)에 있다.

장수리(만명리)는 기록상으로는 고려 때 금릉 김씨가 가장 먼저 정착하였다고 하며 옥천군 청성면 말밍이, 계하, 무회리 마을은 금릉 김씨의 집성촌으로 특히 말밍이 마을에서 가장 많이 살고 있었다.

이름의 배경이 된 구지봉은 장수리의 북쪽에 위치하며 구지봉 자락에는 ‘지재서당’을 건립한 김옥정을 비롯한 금릉 김씨 종중의 묘소들이 있다.

서당은 남북으로 길쭉한 형상의 대지에 동쪽에 면한 산을 등지고 서쪽을 바라보는 ‘묘좌유향’의 좌향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는 절대적인 방위를 통해 얻는 채광 등의 이로움을 따르지 않고 현재의 터전에서 산을 등지고 앞의 너른 터를 지나 물을 바라보기 위한 배산임수의 지형적 특성에 우선한 배치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지재서당’ 금릉 김씨의 긍지이자 옥천의 자산

‘지재서당’은 조선말까지도 금릉 김씨 종친의 자녀뿐 아니라 인근 어린이들을 무료로 가르침으로써 청산지역에 예와 학을 심어주는 배움의 터였다고 전해진다. 매년 음력 10월 7일 이곳에 경향 각지에서 종친들이 모여 시사를 지냄으로써 추원보본(追遠報本)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김대현 씨는 “지재는 조선시대 금릉 김씨 집안 13대조 김옥정이 건립한 서당이다. 17대조 몽재 김장은 김장생의 문하생으로 병자호란에는 그를 따라 강화도까지 다녀왔으며 우암 송시열과 동춘당 동기로 인연이 있었다. 역사적 의미로 미호 김원행의 현판 글씨와 시인 손곡 이달의 한시가 남아있다”고 했다.

지재의 명칭은 창건자 김옥정의 후손인 김덕제, 김상진이 경인년(1770)에 김원행에게 서당의 이름을 청하였고 김원행이 서당 이름을 배산인 구지봉(求止峰)에서 ‘구(求)’자를 빼고 지재(止峰)라 명명했다고 전한다. 

지재의 기록을 보면 『금릉김씨대동세보』에는 1810년(순조 10년) 경오년 음력 3월 16일에 건물을 중수했던 기록이 있다. 이와 더불어 건물의 용마루 좌측 망와에서 발견된 ‘庚子五月’(경자오월)이라는 명문에 주목해 건축연대를 추정해 볼 때 경자년은 김옥정의 노년기인 1540년이거나 이달 선생이 지재에 머물면서 한시 ‘목련’을 지었을 시점인 1600년 경자년으로 추정한다.

향후 문화재 관리에 대한 숙제

‘지재서당’이 옥천의 명소로 탄생했지만 이후 홍보와 관리 등 역사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숙제는 안고 있다. 그래서 문화재 지정일을 즈음해서 9월에 옥천의 인사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행사를 먼저 준비하고 있다.

김대현 씨는 “청산과 청성 지역의 관광명소로 탈바꿈하는데 계기가 되고 군과 도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굴산토성(이성산성)과 ‘지재서당’을 연계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장수천 물 공장과 한두레 권역으로 해서 옥천 문화관광의 메카로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개발하면 좋겠다”며 “객지 나가서 성공한 후손은 많지만 정작 금릉 김씨 조상의 문화유산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