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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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39)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2.08.1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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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산화

중국 송나라의 폭군 강왕은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영토를 확장하는 등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세를 떨쳤다. 매일 밤마다 수많은 미녀들과 열락에 빠져 간언을 하는 충신들을 모조리 사형에 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빙이라는 신하의 아내 하(河)씨에게 반해 그녀를 강제로 후궁으로 취했다. 그가 왕을 원망하자 죄를 씌워 멀리 추방하였으나 자결하였고 하씨 역시 성벽 아래로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죽은 그녀의 소맷자락에는 ‘왕께서는 사는 것이 행복이겠지만 저는 죽음이 행복입니다. 시체를 부디 남편과 함께 묻어주십시오.’라는 유언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못된 왕은 합장하지 않고 두 무덤을 멀리 떨어지게 만들었다. 각각의 무덤에서 나무가 자라 뿌리와 가지가 뻗어 서로 뒤엉켜 연리지가 되었고 그 후 연리지를 상사수(相思樹)라 하였다. 이 상사수에서 핀 꽃이 석산화이다. 

또 다른 설화가 있다. 옛날에 사이좋은 오누이가 살았다. 누나가 달을 보며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자 남동생은 누나를 일으키려다가 꼭 끌어안고 말았다. 이를 본 오누이의 엄마는 둘을 떼어놓았다. 그러자 신은 이루어져서는 안 될 남매를 꽃으로 환생시켰는데 누나는 꽃이 되고 남동생은 잎이 되었다. 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 꽃은 잎을 만나지 못하는 ‘슬픈 기억’이 꽃말이 되었다고 한다.

시계초

16C 중부 이탈리아 움브리아주 마을의 프란치스코가 꿈에 보았다고 전해지는 십자가상의 꽃이라 부른 데서 유래하는 시계초.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처형된 사흘 후, 그 자리에 신비한 덩굴이 자라더니 수십 개의 줄기가 뻗어나가 봉오리에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이 꽃을 ‘예수의 꽃’이라 불렀다. 꼬인 덩굴손은 예수를 묶는데 사용된 끈을, 다섯 장의 꽃잎과 다섯 장의 꽃받침은 유다와 베드로를 제외한 10명의 제자를, 꽃잎 안쪽에 바늘처럼 생긴 부분은 예수가 죄인의 표식으로 쓴 가시관 모습을, 긴 씨방은 예수의 술잔을, 5개의 수술은 예수의 다섯 군데 상처를, 잎은 예수의 상처 받은 손을 나타낸다는 전설이 있다. ‘성스러운 사랑’이 꽃말이다.

꽃범의꼬리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꽃대가 범의 꼬리처럼 보이고 꽃 이삭과 꽃피는 모습이 범의 꼬리를 닮았으며 꽃들이 피어 있는 꽃대의 전체적인 모습이 성난 호랑이가 곧추세우고 있는 꼬랑지 같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키 높이 50~100cm 정도의 여러해살이 야생화이다. 네모져 있는 줄기에 마주나는 잎은 피침형으로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7~9월경 원줄기 끝에 이삭꽃차례로 통꽃들이 아래부터 위쪽으로 올라가며 피는데 길이 2~3cm 정도의 꽃부리 끝은 입술모양을 하고 있다. 윗입술은 둥글고 아랫입술은 3개로 갈라지고 꽃빛깔은 연보라색이나 흰색이다. 꽃말은 ‘추억, 젊은 날의 회상, 청춘’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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