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3, 三, 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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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3, 三, 參)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2.08.1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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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3, 셋)은 우리 일상에서 안전함, 완성, 결과, 가득함 등의 의미가 담긴 말 같다. 끓이는 그릇을 올려놓는 삼발이, 식목한 나무의 부목도 대개 삼발이 형태다. 자전거도 가운데에 변을 하나 더 대어 삼각형 모양이다. 삼자대면은 확실한 증거라는 말이다. 아이가 출생하면 대개 21일 정도 금줄을 걸었다. 그런데 21일이라고 하지 않고 삼칠일이라고 한다. 7일이 세 번 간다는 말이다. 우주의 온갖 형상을 삼라만상(森羅萬象)이라고 하면서 삼자는 나무(木) 셋을 사용했다.

삼원색, (초가)삼 칸, 삼색등, 삼태극, 삼복더위,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 등이 있는가 하면 대개의 경기가 3판 2선승제이고 경기에서 반칙을 세 번 하면 퇴장당하고 야구에서도 스트라이크 3개면 아웃이다. 아웃이 세 명이면 수비와 공격이 바뀐다.

삼신산, 삼신할미, 삼도내 등 예로부터 삼에 대한 경외심도 있다. 성경에도 삼위일체 하나님이라고 한다. 불가에는 삼존불이 있다. 고구려의 상징 새는 삼족오(三足烏)이다. 한글은 천(天), 지(地), 인(人)의 우주 원리를 담고 있다. 삼일절 기념식에서,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만세도 삼창이다. 유비가 제갈량을 찾은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진솔한 정성을 뜻한다. 군(軍)도 3군이고 정승도 삼정승이었다. 충무공은 3도수군통제사였다. 제주에는 고 씨, 양 씨, 부 씨의 전설을 가진 삼성혈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베드로에게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 질문했다. 김구 선생님은 자신의 소원이 세 번 모두 ‘조선의 독립’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세 번은 완성의 절대 경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3형제, 3남매 등은 애틋한 정을 내포하는 말이 되었다. 대중가요의 최진사댁 셋째 딸처럼 셋째 딸은 선도 안 보고 결혼한다는 말도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도 있고 삼거리는 정을 나누는 길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지난 하짓날 쏘아 올린 누리호의 로켓도 3단 추진체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한자에서 보면 一은 아래위로 허전한 느낌이 들고 二는 무엇인가 3% 부족한 듯하지만, 三은 완성되고 꽉 찬 느낌이 든다. 

삼(參)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본다. 삼(參)은 厶(사:나 我)를 세 번 살펴보니 머리 긴(彡:삼=姓) 사람이 되어 성(姓)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라고 풀이해 본다. 성(姓)은 고대 사회에서 권력자나 인품이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그래서 최고의 영약인 인삼을 삼(蔘)이라 하는가 보다.

(풀=草 중에 參=으뜸) 풀 중에 인삼만이 사람대접을 받았다. 옛이야기에는 꿈에 동자가 나타나고 그곳에서 몇백 년 묵은 산삼을 캐어 효도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도 전혀 황당한 것만은 아닌 듯싶다.

좀 슬픈 이야기도 있다. 요즘 ‘삼식(三食)이’는 ‘삼식이 00’로 불린다고 한다. 평생을 가족 부양을 위해 애쓰고 나니 밥만 축내는 밉상으로 전락한 슬픈 아버지들이다.

8월이다. 정치권에서도 겨우 원 구성을 했다. 삼복더위의 말복을 이기며 가을을 맞이해야겠다. 가정, 일터와 국가가 시원하게 막힌 일이 풀려 모두 기분 좋은 날들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삼(參)처럼 안전하고 완성되며 축복이 가득 찬 날들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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