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블록 ‘찔끔’… 한 발 한 발이 낭떠러지 걷는 듯
상태바
점자블록 ‘찔끔’… 한 발 한 발이 낭떠러지 걷는 듯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2.01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걸어본 옥천… 곳곳이 ‘지뢰밭’

매일 같이 자택인 주공아파트(옥천읍)와 옥천군 노인장애인복지관을 오가는 A씨(시각장애 1급). 이 길을 걷는다는 것은 비장애인에겐 아무런 문제가 아니지만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그에겐 전쟁터를 나서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시각장애인인 그가 홀로 출퇴근을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최단거리로 복지관에서 농협중앙회 옥천군지부까지 갔다가 다시 보건소로 향했다. 20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지만 그는 누구의 도움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와 동행일지를 그려본다.                                                            <편집자주>

 

옥천군 보건소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선 1급 시각장애인 A씨

△점자블럭이 끊어진 곳은 절벽입니다
흰지팡이에 의지한 채였다. 오직 지팡이 끝으로 느껴지는 감각과 발바닥에 닿는 점자블럭을 따라 이동하는 길, A씨는 채 몇 분도 걷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도로의 얕은 턱선에서 몇 번 휘청거린 직후였다. 그나마 점자 블록은 도로로 나서자 끊어지고 없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방향을 감지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없는 상태입니다. 한 발 한발 내딛는 것이 절벽 아래로 발걸음을 옮기는 거 같습니다.”
타인의 도움 없이 목적지에 간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A씨는 지팡이로 부지런히 더듬고 주변 행인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건널목을 건넜지만 위태로워 보였다. “곳곳에 지뢰밭 같은 점자블록이 너무 많다”며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집을 나오기가 두렵다”고 했다. 옥천 군내 시각장애인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설치한 점자블록이 정작 필요한 장소에서 끊겨 있어 장애인의 보행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무한정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동안
가까스로 옥천군보건소에 도착했다. 출입문 앞까지 점자 블럭이 설치돼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와 다시 한 번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가야하는 방향이 어느 곳인지 알 길이 없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는 종일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다. 보건소 바닥에 점자 블럭은 출입문까지만 설치되어 있었다.
A씨가 가야하는 장소는 출입문 안쪽이 아니다.
안쪽에서 가야할 방향으로 표시 되어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다시 막막해졌다.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가까이 오기만을 무한정 기다렸다.
A씨는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길고 참담한지 말할 길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점자 블럭이 끊어진 것은 시각장애인에게 더 이상 걸어갈 수 없는 장소가 된다. 관공서도 이같은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출입문까지 점자 블럭이 설치돼 있지만 각 실과소로 가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 출입문 안쪽에서 그는 몇 번씩 묻고 안내를 받아야 해당 과를 찾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이런 상황이니 될 수 있으면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 시각장애인들의 현실이었다.
옥천군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점자블록을 설치한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시민이 많다”면서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예산상 전체 도로를 한꺼번에 교체할 수는 없지만 시설유지비가 책정돼 있기 때문에 규정상 맞지 않는 부분과 시각장애인들의 요청이 있는 부분에 대해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적어도 복지관은 편안하게 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편 옥천군장애인단체협의회 도창재 회장은 “시각장애인 음성신호등 역시 열악한 상황이긴 마찬가지다”며 “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요구를 하고 있지만 실행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어 “적어도 복지관 오는 길이나 관공서 정도는 오는 길에 음성신호등 설치나 점자판이 있어 장애인들이 오고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현재 옥천 군내 보행등 지압식 버튼 설치는 유성관광호텔 앞(옥천읍 금구리202-86번지), 수박다리(옥천읍 서정리 223-3) 단 2군데만 설치돼 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옥천 군내 음성신호등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호가 바뀔 때마다 발생하는 소음으로 민원발생이 있을 수 있고, 아직 음성 신호등 설치에 관한 요청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 신호등 설치 요청이 있으면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설치 검토 가능성이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올해 신호등 신설 및 보수 예산내역은 3억300만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