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고흐와 돈, 그리고 비즈니스/박우찬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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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 고흐와 돈, 그리고 비즈니스/박우찬지음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8.09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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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돈은 반비례다
감정의 자화상/ 박홍순지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았지만 고흐는 생존 당시 가난과 외로움으로 미쳐갔다. 동생 테오의 경제적 지원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그의 그림은 팔리지 않았다. 고흐는 누구보다 그림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싶어 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예술로 일상에서 살아남기를 원했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화가가 되었지만 고흐는 평생 돈 문제로 고민했다. 그가 생전에 그림 값을 제대로 받고 판 작품은 단 한 점에 불과하다. 그는 화가로 살아남기 위해 평생 재료비, 모델비, 생활비와 치열한 전쟁을 벌여야 했다. 고흐의 삶은 예술과의 치열한 투쟁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돈과의 치열한 투쟁이기도 했다.

고흐가 우체부 룰랭에게 6점의 가족 초상화를 주었으나 룰랭은 6점 모두를 단돈 450프랑에 팔아치웠다. 그 그림은 1995년 경매가에서 120억 원에 팔렸다. 또한 고흐가 머물던 라보여관의 주인 라보는 고흐로부터 그들의 초상 2점을 선물 받았으나 한 점당 20프랑에 기꺼이 팔았다.

이 초상화 역시 훗날 1점당 120억 원에 팔렸다. 이 그림들이 현재 다시 시장에 나온다면 이 가격의 5배 이상을 주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작가의 생존 당시 생활비와 물감 살 돈이 없어 전전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이 책은 그림을 팔고 싶어 절규 하던 고흐를 연대기 순으로 짚어가며 고흐의 그림 값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고흐가 살았던 시대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가난하다. 그 시대에 인정받는 소수의 작가들을 제외하고 그 나머지 대다수는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순간부터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이게 된다. 그러다가 생존을 위해 예술이 아닌 사회가 요구하는 소위 밥벌이에 뛰어들기도 하는 것이 다반사다.

밥벌이에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예술은 멀어진다. 자신의 색을 잃어버리고 일상인이 되어가는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안주하거나 한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가도 예술가들에 대한 사회 정책은 별반 변한 게 없다. 여전히 무명의 예술가들은 생존을 위해 예술을 접거나 예술을 하다가 아사하거나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니면 적당히 생활과 예술 사이 양다리를 걸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지내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박우찬 작가의 ‘고흐와 돈, 그리고 비즈니스’란 책은 새로운 미의 세계를 탐색해가는 예술가들에게 우리 사회가 최소한 기여해야할 것이 무언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들쭉날쭉 삭감 대상이 되고 있는 예술지원 기금과 그 조차도 편파적으로 지급돼 정말 필요한 예술인은 소외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 주변에 열정적으로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들. 처절하게 외로울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고흐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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