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없는 농촌이기에 할 일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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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없는 농촌이기에 할 일 넘쳐”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9.20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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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전공 이종효 청년작가
벽화그리기·창의적 농삿일까지
이종효 작가.

옥천의 젊은 청년 이종효(토닥 대표·31) 작가는 할 일이 많았다. 안내초등학교 벽화그리기 사업 때도 안내면 본말 찾기 현판 그림을 그리는 데에도 그는 안내초 어린이들과 함께 분주했다. 이 작가는 안내면 월외리가 고향이다.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하고, 군 제대 후 대전에서 ‘청년창업500 프로젝트’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아 학생창업을 했다. 2013년부터 2015년 초까지 전국 300여 곳에 벽화그리기 사업을 했다. 그러다 2015년 서울로 진출, 뮤지컬 무대 미술을 시작했다. 당시 ‘엘리자베스’, ‘아리랑’, ‘베어’ 등 대표작품 무대미술 참여 작가로 활발히 활동했다.

무대미술은 일적으로 만족스러웠고, 목표했던 부분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새벽까지 일하고 다시 새벽에 출근하는 날이 허다했다. 일로 매몰된 생활이 지속되자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고 싶었다. 이 작가는 서울에서 무대미술 일을 접고 처음에는 아무 연고가 없는 제주도로 가려고 생각했다. 그러다 고향 옥천에 부모님만 덩그러니 계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남3녀를 키우셨지만 정작 부모님 곁에 남아있는 형제는 아무도 없었던 것. 누나들은 출가해서 대전과 울산에서, 형은 베트남에서 통역 관련 회사원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막내인 이 작가는 부모님 연세도 있는데 형제들은 멀리 있어 부모님을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나고 자란 안내면으로 다시 돌아온다. 2016년의 일이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작은 마을에는 청년들이 너무 없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오히려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역발상이었다. 카페가 전혀 없는 지역에 ‘토닥’이라는 카페를 창업하게 됨으로써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었고, 여유가 생기니 교육적으로 마을에 베풀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나눔의 삶이 시작된 것. 이 작가는 “내가 많이 가져야만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작은 것을 나누고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이 있다고 했다. 이 작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소외된 학교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미화조성 사업으로 마을에 색깔을 입히고 싶어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들기름이나 참기름은 착화된 것으로 맛이 없는데, 집에서 먹는 것은 너무 맛있다며 이 들기름과 참기름을 직거래로 판매하고 싶다고 했다.

고향인 시골로 내려와 여유로운 분주함을 만끽하는 이 작가는 청년들이 지역으로 돌아와 할 수 있는 게 농사만 있는 게 아니라고 열린 사고로 창의적 아이템을 개발할 것을 강조해 말했다. 농사를 짓더라도 청년들만의 창의적인 사고로 얼마든지 멋진 농부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자신만의 독특한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줬다.

그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정말 못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성적은 거의 뒷자리였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버지와 책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그것은 만화였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화그리기를 선택했다.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그림을 그려도 지루하지 않았다. 난생 처음 코피가 터지도록 몰두했다. 행복한 몰입이었다. 그 결과 당시 16: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정시 3등으로 입학하게 됐다.

그는 요즈음 여자 친구를 만나 한층 더 얼굴이 밝아졌다. 알고 보니 초등학교 후배라며 기쁨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그가 안내면에서 행복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 더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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