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 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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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 굴(2)
  • 남상숙 시인·수필가
  • 승인 2018.12.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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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숙 시인·수필가

사진작가였던 로타르는 1930년대 유명잡지의 사진작가로서 명성을 얻기도 했다. 전후의 불안정한 사회에서 오랜 동안 경제적으로 힘든 세월을 겪으며 성정이 불안했던 로타르는 빚 때문에 몇 달간 감옥에 투옥되기도 했다. 재능이 뛰어난 그에게 주변에서는 도움을 주려고 애썼다.

특히 사진작가 카르티에 브레송은 그에게 카메라를 주며 암실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주선하였지만 헛수고였다. 그는 카메라를 전당포에 맡기고 술과 여자로 돈을 탕진했다. 자코메티는 그런 로타르한테서 처절한 인간의 면모를 보았다. 인생에 실패한 로타르는 자코메티의 마지막 조각 작품에 등장함으로써 아이러니하게 더없이 소중한 명작의 주인공이 되었다.

마지막 부스의 별도 유리 상자 안에 전시된 로타르 흉상은 촬영이 허용되어 핸드폰으로 찍었다가 친구에게 전송했다. 생전의 우리 어머니는 사진 찍기를 싫어하셨다. 우리 집 아이들이 어릴 때여서 함께 찍으시라고 권해도 극구 거부했다. 나중에 이유를 물으니 늙은이 얼굴 찍어야 무섭기만 하지 아이들에게 좋을 게 없다하셨다. 아무데서나 어른이 입 벌리고 웃는 것도, 사진 속의 근엄한 표정도 마뜩찮아 하셨다. 그때는 별소리를 다하신다고 펄쩍 뛰었으나 이제 그런 말도 이해되는 세월이 되었다. 요즘은 핸드폰이 있으니 사진 찍을 기회가 많다. 굳은 표정보다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해도 사진에는 인생의 곡절이 고스란히 드러나 그때마다 세월의 더께를 확인하게 된다. 

인생이 밝고 좋은 일보다 어둡고 궂은 일이 많다는 것쯤은 오래 전에 알았다. 그동안 겪은 육신의 고난과 핍진, 황폐한 정신은 얼굴에 모래톱 같은 주름살이나 늘리고 그늘을 만들었을 터이다. 태생적으로 깨끗한 피부이거나 긍정적인 사고로 걱정 없이 살았더라도 세월의 흔적은 남기 마련이다. 로타르의 얼굴은 정신없이 사느라 심신이 피폐했던 젊은 날의, 혹은 앞으로의 내 모습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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