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봉사직인가 권력인가…출마목적 주소이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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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봉사직인가 권력인가…출마목적 주소이전 ‘의혹’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02.2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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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이장·귀농귀촌인회장 선출 놓고 파열음
집주인 “나도 모른 새 주소돼 있었다” 주장
당사자 “시골이라 생각 없이 이전했다” 해명
해당 면직원 “1차 실거주지로 이전 권고” 밝혀

“읍면 사회단체장과 마을 이장은 순수 봉사직인가 아니면 또 다른 권력의 형태인가?”

새해 들어 지역 사회단체장 선출을 놓고 주민들 사이 얼굴을 붉히며 이 같은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단체장 출마를 목적으로 실거주지와 다른 곳에 주소를 두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월 옥천군귀농귀촌인연합회 한 면지역 분회장 선출에서 A씨는 자청해 나섰다. 자진해서 나선 그에게 회원들은 회장직을 맡겼다. 하지만 A씨는 대전으로 이주한 상황이었고 회원들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실 A씨는 10년 전 면지역 작은 농촌마을로 이주해 들어왔다. 이 마을 이장도 역임했다. 하지만 여러 상황에 이장직을 내려놓고 지금은 타인의 전답 600여 평을 임차해 농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주소를 둔 집주인 B씨에 따르면 자신도 모른 새 A씨 주소가 자신의 집에 돼 있다가 이후에야 알았다는 것.

B씨는 “내 집에 주소를 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작년 12월 실태조사(실거주자 조사)할 때 이장이 다(거주하지 안한다는 사실) 써서 올렸다. (주소를 다른 곳으로)옮겼다고 했지만 면에 가서 떠(확인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말했다.

해당 마을 이장은 “A씨는 대전으로 이사 갔다. 지금은 살고 있지 않다”며 “주소는 이곳으로 돼 있다. 왔다갔다는 하고 있지만 거주는 안 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에 A씨는 “10년 전 이곳으로 이사와 주소를 두게 됐다. 5년 전 부인과 아들도 함께 왔지만 아들은 결혼문제로 대전으로 이사 갔다”며 자신은 해당 마을에 거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A씨는 지난 22일 부랴부랴 B씨 집에서 같은 마을 내 다른 주택으로 주소를 옮겼다. A씨에 따르면 새 주소지는 자신이 2017년 4월 임차했다며 임대차계약서를 보여줬다.  현재 그곳엔 또 다른 C씨가 3년 전부터 거주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A씨는 5년 전 아들이 임차한 주택으로도, 2017년 A씨가 임차한 주택으로도 주소를 이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시골이라 (주소 이전할)생각 없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다음 날 다시 만난 인터뷰에서는 “어려운 사람(C씨)을 돕는 차원에서 (임차주택을)빌려줬다”고 말을 바꿨다.
C씨는 “(A씨는)일주에 한두 번 와서 잔다. 어젯밤에도 잔다고 와서 귀찮았다. 더 이상 나한테 묻지 말고 당사자한테 물으라”고 말하며 인터뷰 진행을 거절했다.

기자는 대전에 거주한다는 임대인에게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나에게 그런 것 묻지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해당 면사무소 직원은 “1차적으로 A씨에게 실거주지로 주소이전을 권고했다”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말소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지도자 선출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또 다른 면지역에 사는 D씨는 수십 년 거주하던 자신의 집이 아닌 옆 마을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장 출마를 위해서다. 그가 주소지를 옮긴 마을은 이장 선출을 놓고 주민들 간 심한 갈등이 일고 있는 상황에 전직 이장과 친분이 있는 D씨는 자신이 이장을 하겠다며 나섰지만 현재 이장 없는 마을로 남아있다.

군민 E씨는 “마을 이장과 지역 사회단체장은 주민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각오로 어느 정도 희생적 사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불법적 행위를 하는 자에게 진정 희생적 사명감이 있겠는가. 자신의 명예와 권력을 위한 단체장은 지역의 악적 존재나 다름없다”며 “관내 몇몇 마을은 이장 선출조차 못하고 이장 없는 마을로 남아있다. 주민 갈등이 극한 상황에 차라리 이장 없는 마을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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