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고 믿고 참아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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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고 믿고 참아내며
  • 박하현 시인·시집 김포등대
  • 승인 2019.03.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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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현 시인·시집 김포등대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온 두 번째 새해 설을 맞이했다. 새해 축복을 나누고 돌아선지 얼마 안 되어 또 새해 복 받으라는 말이 한동안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기회로 삼게 되었다. 한 달여 새해를 살면서 계획했던 일들이 틀어졌다면 바로잡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 대한국민의 특권 같기도 하고 선조들을 잘 둔 고마운 일인 것 같기도 하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틀어진 것들의 바로잡기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그 첫 시작은 바람, 즉 소망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개인과 가정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와 사회를 향해 가졌던 꿈을 새롭게 다지며 가슴 설레는 정초를 보냈으면 좋겠다.

기해년 돼지띠 출생자들에게 새해 바람을 묻는 한 연구소 설문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말하는 것을 보았다. 다이어트 하면 먼저 체중 줄이기를 떠올리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 없지만 조금 확대된 의미를 듣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가 단조로운 답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렵다고들 하면서도 곳곳에서 넘쳐나는 과분한 자기애를 보게 되는데, 반면에 혼자 자녀를 양육하거나, 암 투병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퇴직해 새 일을 찾아야 하는 지인 생각을 하면 자신만의 행복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할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소확행이 회자 되었는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따뜻하고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나누고 고쳐가야 하는 걸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날이 많아지는 때이다. 책장 속 굵은 고딕으로 쓴 나무 액자, 리브 심플리, 추스 해피네스가 말을 걸어온다.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은 멈추고 행복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 그 여유로 주변을 살피라는...송구영신 때마다 우주의 통치자, 인생의 주인인 하나님으로부터 한해의 지표와 약속이 되는 말씀을 받는다.

올해는 치유와 회복을 주제로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역대하 7장 14절)’는 선포가 있었다. 지나온 한해는 늘 ‘다사다난’ 했고 이를 쉽게 표현한다면 ‘아팠고 침체 된’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치유와 회복’은 천둥처럼 크게 들려왔다.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 무너졌던 시간들, 봉사 단체의 책임 있는 자리를 내려놓으며 무거웠던 마음에서 벗어나야 할 자유, 가르치는 자리에 무게를 두기로 하면서 가져야 할 지혜와 용기, 이 모든 것이 ‘치유와 회복’에 포함되고 또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치유와 회복’은 엄청난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사람마다 누구나 내 탓도 네 탓도 할 수 없이 아픈 곳, 무너진 곳이 있을 터이다. 가정도 사회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얘기하기 난감한 거실의 코끼리 같은 문제와 상처를 껴안고 가기 마련이다. 악한 마음이나 행동에서 비롯된 일이었다면 거기에서 떠나는 게 옳다.

고압적인 태도와 방관자적인 일 처리가 낳은 일이라면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하는 것이 맞다. 무너진 관계 속에서 먼저 행동으로 옮기는 한 사람으로 인해 회복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고 또 보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사람으로는서는 힘든 일, 이를 위해 날마다 하늘을 향해 무릎 꿇는 이들이 있다. 그 기도를 듣고 죄악에서 분리와 건강한 사회를 약속하신 이는 미쁘시다. 쏟아지는 부정적인 뉴스는 다이어트하며 건강한 대한민국과 다음 세대를 바라고 믿고 기다리면 좋겠다.

방학 내내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교재를 고르기 위해 이 책 저 책을 주문해 읽어가는 중이다. ‘얘들아 삶은 고전이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페이지를 펼쳤다 닫았다 생각하고 묻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몰입해 읽으며 가지게 된 감동과 의문을 질문하고 답하는 가운데 아이들에게 깊이 있는 사고와 이해력, 쓰기 능력이 주어지면 좋겠다는 소망이 커진다. 적지만 이나마 부여받은 재능과 시간으로 우리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이들이 건강하고 성숙한 가치관을 갖도록 키워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확실해진다. 교실에서 즐겁게 집중하기, 놀지만 공부하기가 이뤄지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아이들도 나도 행복한 수업 시간, 이를 위해 지불해야 할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리라 다짐해 본다. 바라고 믿고 참아내는 사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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